새로운 사고과 발견은 어디에서 오는가?

발견

- 새로운 사고와 사물의 발견

어떤 영역을 변화시키는 새로움을 창출해내는 일련의 정신적 단계는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요? 다른 말로 하자면, 모든 창작품은 어떤 ‘창조과정’을 거칠까요? 많은 개인이나 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연수 프로그램은 ‘창의적 사고’란 이런전런 것이며, 그것을 가르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창의적인 인물은 보통 아주 특별한 자기만의 이론을 가지고 있습니다. 로버트 갤빈은 창의성이 선견지명과 헌신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합니다. 선견지명은 남보다 먼저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능력이며, 헌신이란 그 내다본 미래를 실현하려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실망을 극복하고 계속해서 추진해 나갈 수 있는 확신입니다. 반면,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자신의 업적에 기여한 네 가지 요소를 다음과 같이 거론합니다. 

 

1) 내가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부하직원들, 보좌관들, 비서를 비롯한 다른 사람에게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항상 혼자 지냈기 때문이었습니다. 

2) 나는 강의를 하면서도 대학 사무실에 가지 않았습니다. 만약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학생이 있으면 점심식사를 대접합니다. 

3) 나는 스무 살부터 일에 묻혀 지냈습니다. 

4) 일에 쫓기면 힘이 생기고 마감 시간 지켜가며 일을 진행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영역이 서로 다르고, 사람마다 하는 일이나 장단점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사고나 사물을 발견하는 방법에서도 그다지 많은 유사점이 있으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영역과 개인적 특성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공통점이 있을 수 있으며, 바로 그러한 점이 현장에서 창의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려는 핵심적 특성이 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작가인 그라지아 리비가 한 편의 단편소설을 쓰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 글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어느 날 리비는 재정설계사를 만나러 은행에 갔습니다. 전에도 만난 적이 있는 그 상담원은 항상 그랬듯 흠잡을 데 없는 정장차림이었고, 태도 또한 차갑고 냉정했습니다. 성공하려고 기를 쓰는 전형적인 직장 여성처럼 보였습니다. 돈과 출세 외에는 사생활도 꿈도 없을 것 같은 그런 여자로 보였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그날의 대화도 그녀가 건조하고 무뚝뚝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며 시작하였습니다. 그때 전화벨이 울리면서 두 사람의 대화가 끊어졌습니다. 

 

리비는 그 여자가 고개를 돌려 전화를 받으면서 표정이 바뀌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딱딱하게 굳어 있던 표정이 풀어지면서 반듯했던 머리 모양까지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듯했습니다. 자세는 이완되고 목소리는 조용하고 부드러워졌습니다. 리비는 순간 전화선의 다른 한쪽 끝에 있는 사람이 눈에 보이는 듯했습니다. 햇볕에 적당히 그을린 잘생긴 남자의 모습이 연상되었습니다. 어쩌면 멋진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는 여유로운 건축가일지도 모릅니다. 은행에서 돌아온 리비는 그 일에 관한 것을 일기에 몇 자 적어두었습니다. 그러고는 그 일을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몇 달 후, 일기를 다시 펼쳐보다가 그녀는 은행에서 만난 상담원과 미용실에서 몇 시간씩 앉아서 성공을 위해 자신을 꾸미는 어떤 여자, 그리고 그 밖에 지난 몇 년 동안 만났던 여러 부류의 여자에 대해 적어 놓은 기록들 사이에서 어떤 연관성을 발견했습니다. 순간 리비는 정체모를 강렬한 느낌에 사로잡혔습니다. 현대 여성이 사회의 상반된 요구 사이에서 겪는 갈등을 글로 쓰면 진실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진실한 이야기라는 의미는 단순히 그녀가 본것 - 사실 은행 상담원은 남자가 아닌 어머니나 아이와 통화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 을 사실 그대로 표현한다는 것이 아니라, 많은 여자들이 현대의 경쟁사회 속에서 공격적이고 냉정해지면서도 동시에 여성스러움을 포기할 수 없다고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리비는 데이트를 위해 하루 종일 몸치장을 하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마는 어느 직업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썼고, 마침내 훌륭한 소설로 완성되었습니다. 줄거리는 진부하지만 주인공의 감정 흐름이 우리 시대 상황을 아주 진솔하게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리비의 그 소설이 문학이라는 영역에 별다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가장 높은 차원의 창의적 작품이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동시대 문학 흐름의 좋은 예로 단편모음집에라도 포함될 수 있다면, 그 영역을 확장하는 창작품으로서의 자격은 충분히 있습니다.